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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과의 2023 춘계 학술 답사기를 들어보다
2023-04-19 hit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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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과는 지난달 3월 29일(수)부터 31일(금)까지 춘계 정기 학술답사를 진행했다.


학술답사의 경우 역사학과만의 대표적인 야외 교과활동으로 매년 봄과 가을에 진행한다. 답사를 통해 문화유산의 역사성은 물론 현재적 관점에서 유산이 갖는 새로운 의미를 되짚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답사는 선비의 고장인 ‘경상북도’로 정해 서원과 사찰이 많은 지역적 특성을 테마로 정했다. 2박 3일의 일정으로 진행된 답사는 역사학과 50여 명의 학생들이 함께했다.


영주->안동->포항->경주->영천->고령으로 이어지는 답사기를 2023년 답사추진위원장을 맡은 이채원(역사학과·20) 학생 그리고 50여 명의 답사부원들과 함께 차근차근 밟아보고자 한다.



▲소수서원 입구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학생들


영주 - [국가의 인재를 구축하는 큰 주축이 된 소수서원]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서원의 시초이자 최초의 사액서원이라는 점, 풍수지리적 위치의 중요성, 건축 방식, 서원에 배향된 인물 등 다양한 부분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 곳이다. 특히 조선 시대 명종이 직접 이름을 지어 쓴 것이라고 밝혀진 소수서원의 현판은 매우 귀중한 자료이다. 소수서원 건립 당시에는 ‘백운동서원’이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이후 사액서원으로 바뀌게 됐다. ‘명종어필소수서원’ 현판은 이때 내려받았다고 전해진다. 검은 바탕에 글씨는 돋을새김(형상이 도드라지게 새김)해 화려한 장식이 인상적이었다.

(신혜윤 역사학과·22, 이채희 역사학과·22)



▲사진 미션을 수행하고 있는 학생들


이번 춘계 답사의 특징 중 하나는 유적지를 겉핥기식으로 둘러보는 것을 지양하고 유적지의 다양한 곳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기 위해 사진 미션을 기획했다는 것이다. 팀별로 사전에 제시된 유적지 내의 특정 장소에서 사진촬영을 진행했다. 올해 처음 시도한 사진 미션은 역사적 공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더불어 ‘사진’이라는 매체를 이용해 학우들 간의 소통증진이라는 측면에서도 좋은 시도였다.


영주 -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부석사]


▲부석사에서 답사지에 대한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학생들


부석사의 무량수전, 조사당과 같은 건물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역사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띠는 문화유산들은 역사학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건축학적, 미학적으로도 살펴볼 점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부석사 조사당은 건축 양식이 변모하던 시기에 지어져 과도기적 특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건축의 발전 과정을 파악하는 데에 중요한 유물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내일을 준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과거의 기록을 지켜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지은 역사학과·22, 노민혁 역사학과·22)


안동 – [장식과 과정이 배제돼 검소하고, 형식과 규범보다는 실용적 정신에 바탕을 둔 도산서원]


▲도산서원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학생들


도산서원은 퇴계 이황이 도산서당을 짓고 유생을 교육하며 학문을 쌓던 곳이다. 퇴계 이황은 어지러운 정치적 상황 속에서 입신양명하며 정치를 바로잡기보다는 후진을 양성해 후세에 인간의 도리와 참다운 의의 기준을 밝히고 후세를 올바른 삶으로 교화시키려 했던 교육자였다. 도산서원의 건축물들은 민간인들의 집처럼 전체적으로 간결하고 검소하게 꾸며 퇴계의 품격과 선비의 자세를 잘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물질주의가 만연하고 있는 현대사회에 도덕 정신과 진정한 학문과 교육을 실천하는 이황의 정신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었다.

(박지수 역사학과·22, 윤지영 역사학과·22)


▲도산서원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들


도산서원을 걷다 보니 퇴근하시는 해설사분이 ‘어디에서 온 건가요?’라고 물어보셨다. 학교를 소개하고 답사 취지를 설명했더니 퇴근길 발걸음을 돌려 도산서원 전체를 다시 설명해주신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예정에 없었던 문화해설사의 설명 덕분에 사전에 조사한 자료 외에도 도산서원의 다양한 역사학적 의미를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포항 –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보경사]

▲보경사를 답사 중인 학생들


고대 삼국시대 신라의 통일을 기원하며 지어진 보경사는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천 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왔다. 경내의 전각들과 문화재들을 살펴보면 신라의 건축 및 주조 양식을 발견할 수 있는 동시에 고려, 조선 등의 양식도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보경사는 유서 깊은 오래된 사찰로써 그 세월 동안 여러 차례 개보수를 거쳤다. 각 시대의 기술이 한데 어우러지게 돼 그 모습에 독특하고 차별화된 미를 느낄 수 있었다.

(박나해 역사학과·22, 이나경 역사학과·22)


포항 – [필사항전 불굴의 의지로 저항해 지켜온 충효의 고장, 장기읍성]

장기읍성은 산성(山城)적 읍성으로 한국에서는 매우 귀한 존재이며, 현존 유구(옛날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자취)의 보존 상태가 뛰어나 읍성 연구에 귀중한 유적이다. 장기읍성은 산꼭대기에 있으면서도 읍을 다스리는 기능까지도 갖추고 있다. 수많은 조선시대 읍성 중 산성과 읍성의 기능을 모두 겸비한 곳을 찾아보기 어렵기에 역사적으로 연구 가치가 크다. 이처럼 역사적, 지리적으로 중요한 이점을 지닌 장기읍성의 유지와 보전을 위해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김다빈 역사학과·22, 박지우 역사학과·22)


경주 – [반월성 발굴 현장]

▲경주 반월성 발굴 현장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들


역사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경주에는 다양한 유적지가 있다. 많은 유적지 중에서도 이번 답사에서는 유일하게 ‘반월성 발굴 현장’을 다녀왔다. 이곳은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발굴 현장으로 교수님의 추천으로 가게 됐다. 교수님과 해설사분의 설명 덕분에 발굴 현장에 대해 더욱 깊게 이해하는 동시에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유산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곳이었다.


답사 지도교수인 우은진 역사학과 학과장은 “오늘날 문화유산은 국가는 물론 지역의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학생들이 역사학도로서 유산의 향유와 소비의 현재를 살펴봄으로써 강의실에서는 얻기 어려운 통찰을 답사로 얻길 바란다”며 답사 취지를 밝혔다. 


영천 – [경상북도의 대표적 사찰, 은해사]

▲은해사에서 단체사진을 촬영 중인 학생들


은해사는 신라시대 헌덕왕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긴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귀한 보물이다. 팔공산 곳곳에 있는 불보살들이 마치 은빛 바다가 물결치는 듯 찬란하고 웅장한 극락정토 같다고 해 은해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은해사라는 이름이 붙여진 계기처럼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현존하는 8개의 암자(큰 절에 딸린 작은 절)로 구성된 대규모 사찰이다. 그리고 은해사에 소장된 유물들을 보았을 때 이곳이 가지는 자연적, 문화적, 예술적 가치를 알 수 있었다. 유적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고즈넉함까지도 느낄 수 있었던 곳이었다.

(공지원 역사학과·22, 김하랑 역사학과·22)


▲은해사에서 답사지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학생


답사는 준비기간부터 진행까지 3개월간의 대장정으로 이뤄진다. 방학기간에 지도교수님과 답사준비위원회는 답사 경로를 정하고 사전 답사를 진행한다. 답사에 참여하는 부원들 또한 2박 3일의 일정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답사 전 부원들은 2명~3명으로 팀을 구성해 자신이 가는 유적지에 대한 정보와 역사적 의미 등을 조사해 답사지를 만들게 된다. 답사 일주일 전 답사 브리핑 데이를 통해 해당 유적지에 대한 정보를 학우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후 답사 현장에서 답사지에 대한 소개와 느낀 점에 대한 소감 발표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고령 – [대가야의 숨결이 깃든 지산동고분군 & 대가야 박물관]


▲지산동고분군에서 토의 중인 학생들


고분은 당시의 무덤 양식, 생활 모습, 문화, 정치적 상황 등에 대해 알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다. 역사학적으로 중요한 지산동고분군이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에 의해 파괴됐다. 이러한 상황 속 한국 고대사와 고대 한일관계 등을 풀 중요한 열쇠인 가야사 연구의 진전을 위해서는 꾸준한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 이것은 사학자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일반 시민들 또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안이다. 더불어 일본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지산동고분군에서 반출해 간 문화재를 반환하여 숨겨진 가야의 역사를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길 바란다.

(송희선 역사학과·22, 이하영 역사학과·22)


▲대가야박물관을 관람 중인 학생들


춘계답사위원장을 맡은 이채원(역사학과·20) 학생은 “역사라는 학문을 공부하고 연구함에 있어 현장감을 느끼는 것은 중요하다. 이번 답사 역시 그런 현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했고, 덕분에 당시 역사 속에 있는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됐다. 더불어 답사 현장에서 학우들의 발제와 교수님의 부가적인 설명으로 한층 깊은 지식을 함양할 수 있었다. 역사학과의 꽃이 답사인 만큼 정성 들여 춘계 정기 답사를 준비했는데, 학우들에게 이번 답사가 즐겁고 학술적인 여행으로 기억돼 뿌듯했다. 다음 추계답사도 기대해주길 바란다”라며 성공적으로 답사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한편 역사학과는 현재의 답사 프로그램을 보다 내실 있게 진행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에는 지역별 전통문화유산에 국한하여 답사를 진행했지만, 근대로 시간을 확장하고 특정 주제에 집중한 답사를 진행함으로써 학생들이 문화유산의 의미를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문화유산이 단순히 보호만 할 대상이 아님을 깨닫고 유산과 사람이 건강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함으로써 학생들이 궁극적으로 문화 행하기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답사를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취재 / 김남규 홍보기자(khr688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