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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무용을 하면서 즐겼던 순간 박영상(무용과·12) 학생, 제11회 베를린국제무용콩쿠르에서 1위 차지해
2014-10-04 hit 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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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으로 출국하기 1주일 전까지도 안무는 완성돼 있지 않았다. 준비를 끝내고 여유롭게 연습하고 있는 동료들을 보니 불안감이 밀려왔다. ‘괜히 나가서 시간 낭비, 돈 낭비 하는 것은 아닐까?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은 끊이질 않았다. 열등감에 몸부림치던 어느 날, 류장현 무용과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화려하고 멋있는 것보다 ‘너만의 것’을 보여줘. 그럼 빛나게 돼있어.” 그때부터 모든 과정을 즐겼다. 하루종일 작품음악을 들으며 나만의 것을 보여줄 생각에 설렜다. 그렇게 무대 위에 올라섰다.

 

지난 2월 21일, 제11회 베를린국제무용콩쿠르 현대무용 부문에서 박영상(무용과·12) 학생이 1위를 차지했다. 베를린국제무용콩쿠르는 전 세계 40개 국가에서 1000여 명의 무용수들이 실력을 겨루는 국제적인 대회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서울국제무용콩쿠르’, ‘그리스헬라스국제무용대회’와 함께 현대무용 부문에서 병역 면제가 인정되는 대회이기 때문에 그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박영상 학생은 'My song'이라는 주제로 비틀즈의 ‘Let it be'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삽입곡 ’A New Life'에 맞춰 무용 실력을 뽐냈다. ‘Let it be'에서는 고등학생 때 힘들었던 기억과 그 과정에서 깨달았던 것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고등학생 때 독불장군처럼 남의 말은 듣지 않고 고집대로 행동했다. 자연히 주변사람들과 문제가 생겼고 전학까지 가야했다. 힘든 시간 속에서 ’Let it be'라는 말처럼 어느 정도 순리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 깨달음을 무용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대회 준비부터 무대에 오르기까지 과정은 드라마틱했다. 출국 직전까지 완성되지 않는 안무 때문에 밤잠 설치며 괴로워했다고 그는 밝혔다. “교수님 말씀이 전환점이었다. 내 식대로 즐기면서 하자고 결심하니 춤추는 게 그렇게 신날 수 없었다. 심사위원도 관객이라는 생각으로 내 진정성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자기 식대로 즐기고자 한 뚝심은 심사위원의 마음을 흔들었고 대회 1위라는 성적으로 되돌아왔다.

 

무용수로서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내 삶을 무용 하나에 국한할 생각은 없다. 무용도 내 인생의 소중한 한 부분이지만 더 많은 것,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고 싶다. 나만의 것을 보여주면서 즐기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느 분야든 자신 있다”고 했다. 전 세계 최고의 무용수들은 모두 모인다는 국제적인 콩쿠르에서 차지한 1위라는 자리는 그에게 흔히 빠지기 쉬운 자만심 대신 즐김의 미덕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취재 및 글|김지아 홍보기자(zia_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