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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은 있는데 상업성은 없다'는 편견을 깨부수고 싶었어요" 이제는 젊은 웹툰 작가, 이채영 학생과의 만남
2014-10-02 hit 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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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은 있는데 상업성은 없다'는 편견을 깨부수고 싶었어요." 우승자의 첫 마디였다. 그녀의 이번 만화는 철저히 대중지향적이다. 단군신화를 차용하였지만 내용은 초현실적이다. 토너먼트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매 컷마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여운을 남겼고, 대상도 웹툰의 주 연령층인 10대와 20대를 타깃으로 잡았다. 그 결과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결승에서 5표 차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월 22일, 세종대학교의 한 카페에서 네이버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2013 대학만화 최강자전의 우승자를 만났다. 어쩌면 미래의 인기 작가의 첫 인터뷰로 남을지도 모를 20대 초반의 젊은 웹툰 작가, 이채영(만화애니메이션학과·09) 학생의 인터뷰.  

  

- ‘바로잡는 순애보’가 5표 차이로 우승을 했다. 정말 박빙이었는데. 

대회가 끝난 지 한 달이 되어가는데 실감이 아직 잘 안 난다. 투표마감 직전까지 득표수를 살펴보던 기억이 생생하다. 내일 당장이라도 마감을 위해 원고를 준비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웃음) 잉여인간으로 대학생활을 마감하나 싶었는데 우승이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래서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도 든다.  

  

- 대회에 출전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평소에 이야기 만드는 것을 즐겨 친구들과 얘기하거나 혼자 머리를 굴려 이런저런 스토리 짜는 것을 좋아한다. 순애보도 그 이야기들 중 하나다. ‘어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소녀와 그 소녀의 능력을 유일하게 알아볼 수 있는 소년’이라는 로그라인이 순애보의 시작이다. 평소 고등학생을 주제로 한 창작물에 관심이 많고 또 좋아해서 ‘내가 가장 재미있어 하는 것을 졸업작품으로 만들어 보자!’ 하는 생각에 작년 초부터 구상을 시작했다. 교수님께서도 이야기가 꽤 재미있고 흥미롭다고 하셔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최강자전 대회 개최소식을 알게 되었고 대회에 출전하게 되었다.  

- 대회를 준비하며 가장 힘든 점은

 매 회마다 적절한 스토리를 넣는 게 힘들었다. 독자들의 호흡과 작가의 호흡이 잘 맞아 떨어져야 좋은 반응이 나오는데, 제가 생각하기엔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은 진행이 독자들한테는 지지부진한 것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대회라고 생각하지 않고 매 화 실제로 연재한다는 기분으로 진행을 하다 보니 대회가 요구하는 스피드 있고 임팩트 있는 진행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등장인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 ‘있을 법한 이야기를 있을 법한 인물들이 재미있게’가 제 작품 제작의 슬로건인데, 시간은 촉박하고 생각은 떠오르지 않아 상투적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 같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정식 연재를 시작하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 이번 대회에서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에서 4강에 3팀이나 올라갔는데, 수상자들 간 피드백이나 관련 모임이 있었나. 

없었다. 아마 다들 개인 작품을 준비하느라 모일 시간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알음알음으로 서로의 작품을 잘 보고 있다는 얘기는 전해들었다.(웃음)  

  

- 만화애니메이션학과에서 이번 대학만화 최강자전을 비롯한 각종 대회를 위한 스터디나 학술동아리 혹은 교수님의 특별한 지도가 있나.

대회 준비는 전적으로 학생의 의사에 맡기는 자유로운 분위기라 교수님들이 따로 특별한 지도를 해주시지는 않는다. 다만 학과의 분위기가 훌륭한 작품을 배출하는 데에 일조한다고 생각한다. 여름방학 때는 개인 작업을 하는 학생들을 모아 작품 창작캠프(지옥캠프, 애니캠프)를 떠나기도 하고, 학생들 스스로 작품 창작 관련 동아리를 만들어 회지도 내고 공모전에 출품하기도 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교수님들께서는 강제적으로 뭔가를 시키지는 않고 학생들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해 시는 편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무언가 하고자 하면 전적으로 믿어주고 지원해주는 분들이기에 가능한 활동이 아닌가 싶다.  

  

-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 6월 즈음 네이버 웹툰 작가로서 데뷔를 하게 될 것 같다. 그 전에 일단 학교 졸업을 해야 한다.(웃음) 연재를 한다는 사실 외에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어 단정적으로 말하진 못하겠다. 당장 닥쳐올 일보다는 인생의 좀 더 먼 부분을 바라보는 편이다. 그래서 미래에도 웹툰 작가를 계속 하고 있을 거라고 장담은 못하겠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로 활동하고 싶다. 웹툰 작가로서의 활동을 경험삼아 공부를 위해 유학도 가고 싶고, 작가로서의 경험을 최대한 넓히고 싶다. 늙어서도 작품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아! 상금은 맛있는 거 많이 사먹고 나머지는 저축했다(웃음).  

  

-앞으로의 전개를 많은 독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이번 인터뷰의 핵심이 될지도 모르겠다. 힌트를 줄 수 있나.

‘장바로’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암투와 혈투가 난무하는 어둡고 질척질척한 삼각관계 로맨스로 진행될 예정은 절대 아니다.(웃음) 지금은 호랑이가 곰에 비해 많이 불리해 보이지만 나름 약점도 있고 두 가문에 얽힌 이야기도 많다. ‘순애(곰)’와 ‘비타(호랑이)’ 부모님 간의 이야기나 바로의 이야기, 풍백 우사 운사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다. 결국에는 모두가 잘 되는 쪽으로 이야기를 전개할 예정이다. 애초에 기획할 때도 특별하지만 어딘가 부족한 이들이 서로 도우면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였다. 이들의 성장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  

  

- 독자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핏덩어리 작가를 많이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지만 여러모로 힘이 많이 됐다. 가끔 ‘어디서 저런 찰진 표현을 배워 오는걸까?’ 싶을 정도로 재미난 리플을 써주시는 분들을 보며 많이 웃기도 했다. 애정 어린 충고와 비판을 해 주시는 분들도 정말 고마웠다. 주변의 좋은 분들이 정말 많아 이렇게 된 게 아닐까 싶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이야기가 재미있는 작품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 작품에 대해 아직은 완벽하게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만한 능력이 부족한지라 그런 충고의 말들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독자 모두 정말 사랑한다.(웃음)  

  

취재 및 글|정지원 홍보기자(won426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