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강

<창업과 기업가 정신1>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강연 진행
2023-10-18 hit 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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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는 10월 4일 학생회관 대공연장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1등 한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남형도 기자는 2018년 6월부터 지금까지 ‘남기자의 체헐리즘(체험+저널리즘)’을 연재 중이다. 그는 이 시대 언론이 조명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주제를 고르려고 노력하며, 체헐리즘을 통해 조금이나마 그 주제에 관심이 가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 말한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가 강연하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해보기


그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이 너무 열심히 산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루도 온전히 자신을 위해 쓴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바로 다음 회의 때 아무것도 안 하고 기사를 쓰겠다고 발제했다. 그러고는 온종일 방에서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다. 계획에 따라 뭔가를 부지런히 실행하는 것에는 익숙해져 있는데 갑자기 아무것도 안 하려니 오히려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해봤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그는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어느 순간 뭘 위해서 이렇게 살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느꼈는데, 이 체험을 하는 동안 중요한 것들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왜 이렇게 달려가고 있는지, 그동안 놓친 것은 무엇인지, 연락하지 못한 사람은 누가 있는지 등이 모두 생각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뇌를 한 번 꺼내어 씻어버린 것 같이 개운한 휴식이었다고 했다.


차별화의 중요성


기사를 쓰는 방법은 다양하다. ‘우리의 시간을 가져보자’, ‘한 번 정도는 쉼이 필요하다’ 등의 제목이 붙은 기사를 썼으면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해봤다’ 기사만큼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을까? 그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현대인의 피로’, ‘번아웃’ 같은 단어를 검색 해보면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여러 개 찾을 수 있다. 모두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겠지만 뻔하고 재미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보지 않는 것이다. 원하는 바를 전달하는 다양한 방법 중에서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 즉 어떻게 생각해서 전달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벌어진다. 




▲남형도 기자가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뒤집어서 생각하기


독자를 끌어들이려면 발상이 중요하다. 상식은 뒤집는 순간 이상해진다. 단순한 방법으로 낯설게 만드는 것이다. 먼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냥 그렇다고 받아들여지는 생각을 문장으로 써본다. 그리고 그 문장에서 한 단어만 바꿔보면 된다.


예를 들어, ‘시골 강아지는 짧은 목줄에 묶여있다’라는 문장이 있다. 여기서 주어를 사람으로 바꾸면 문장은 완전히 낯설어진다. 그는 실제로 영하 10도 이하의 추운 날씨에 강원도 인제에 사는 강아지 몸순이의 옆에 같이 묶여있어 봤다.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고, 무기력하고, 답답했다고 한다. 체험이 끝난 후, 자유롭게 걸어 다니는 것이 이토록 행복한 거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했다.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간결했다. 강아지를 짧은 줄에 묶어서 키우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걸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사람들에게 와닿는 정도는 달라진다.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을 바꿔서 낯설게 하고 새로워 보이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기사를 보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또 다른 예시로는 ‘민원은 내가 불편한 점을 말하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민원은 남이 불편한 점을 말하는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바꾼 것이 있었다. 그는 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매번 90도로 인사하는 직원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느껴 방식을 바꿀 수 있는지 백화점에 문의했고, 비를 맞으며 재활용 분리수거를 하는 경비원을 위해 지붕을 만들 수 있는지 관리실에 문의했다. 이 밖에도 그는 매번 낯선 문장들을 직접 체험한다. 그는 소위 말하는 ‘몸짱’이 아님에도 바디프로필을 찍었고, 남자임에도 치마를 입어봤다. 아주 솔직하게 거짓 없는 자기소개서를 써보기도 하고 거절당하기 위한 부탁 목록을 만들기도 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모두 각자 고유한 구체적인 모습들이 있는데, 한곳에 머물러서 생각하면 자신이 누군지 알아차리기 매우 어렵다. 같은 노력을 하더라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여러분만의 것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취재/ 심은미 홍보기자(2unmi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