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구현 KAIST 경영대 초빙교수가 '미래 내다보기와 인생설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정구현 KAIST 경영대 초빙교수의 창업과 기업가정신 특강이 10월 15일 학생회관 대공연장에서 '미래 내다보기와 인생설계'라는 주제로 열렸다. 정구현 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미시건대학교에서 1976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에서 약 25년 교수로 재직하며 동 대학교 경영대학장과 상경대학장을 역임하였다. 또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경제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의 소장직을 6년간 맡는 등 다양한 경력과 저서를 갖고 있다. 정 교수는 자신의 저서인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청림출판)’의 내용을 중심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2013년, 우리나라 대학생은 어떠한가
정구현 교수는 2013년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은 어떠한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부모가 자신들을 서른 살이 되도록 부양할 것이며, 역사와 정치 혹은 세계정세 등에 무관심하고, 근무하기 편하고 정년이 확실한 직장을 꿈으로 삼으며, 자신이 필요한 모든 것은 스마트 폰에 다 들어있다고 믿는, 창업보단 취업이 낫다고 생각하곤 한다” 이어서 정 교수는 “한편 기업가는 자원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사업을 일으키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기업가 정신은 언제 발현될까? 부족한 현실에 대한 불만, 창의적 아이디어, 제약된 자원에 대한 극복, 열정과 자유. 이 모든 것이 발휘될 때 기업가 정신은 발현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현재 2013년의 대학생의 모습을 생각해 보았을 때, 대학생들에게 기업가정신은 발현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신도 모르는 직장’의 현실
정구현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대학생은 네 가지 요건을 지닌 직장을 원한다고 말하였다. 근무여건이 좋고, 퇴근이 빠르며, 급여가 높고, 오랜 기간 재직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 이러한 직장을 대학생들은 소위 ‘신도 모르는 직장’이라고 부른다. ‘신도 모르는 직장’의 대표로는 공무원, 공기업, 은행원, 대기업 등이 있다. “우리나라 공기업으로는 토지주택공사, 한국전력공사, 수자원공사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이 공기업의 부채는 국가 부채와 비슷한 수준으로, 좋은 상황은 아니다.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은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약점이다“ 정 교수는 이어서 또 다른 ‘신도 모르는 직장’인 은행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우리나라의 기업 중 가장 경쟁력 없는 곳이 은행이다. 우리나라 은행에서 이루어지는 거래의 90% 이상이 비대면 거래이다. 모바일 뱅킹, 인터넷 뱅킹 등 정보 기술로 인해 비대면 거래가 늘어났지만 은행지점과 은행원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은행업무의 전산화가 더욱 발전하려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은행 노동자조합의 압력으로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니 은행에게 경쟁력이 전혀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금융계의 삼성전자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고, 이것이 현실이다“
무너지는 재벌들
정구현 교수는 우리나라의 재벌들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하나는 업종의 비관련 분야를 다각화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CEO의 경영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과거 잘 모르는 업종으로 다각화한 기업들이 점점 무너져가고 있다. 태양광, 건축, 조선 등 기업이 비관련분야에 다각화했지만 그들은 글로벌 경쟁의 전문성에서 뒤처지고 있다. 오히려 전문 분야를 깊게 파고들어 자신만의 노하루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였다. 또한 경영에서 손을 뗀 오너가 점점 늘어나며 재벌기업이 무너질 확률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어떤 기업에 들어갈 것인가
정 교수는 우리는 은행과 대기업, 공기업이 아닌 어디를 가야할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강연을 마무리하였다. “당장의 편하고 좋아 보이는 직장에 목매달지 말라. 앞으로 50년 동안 뭘 할 것인지 생각해보면 달라질 수 있다. 단기적인 생각을 하지 말길 바란다” 또한 “여러분들은 75세까지 일해야 한다. 앞으로 50년 이상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편한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좋은 가, 지금 힘들더라도 나의 실력과 역량을 키우는 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인가?”라며 반문했다.
경영 및 경제 관련 분야 전문가인 정구현 KAIST 경영대 초빙교수는 오늘 강연에서 학생들에게 ‘미래 내다보기와 인생설계’라는 주제인 만큼, 향후 50년을 바라보고 구직할 것을 거듭 강조하였다. “앞서 언급했던 대학생의 모습이 아닌, 하루 빨리 부모로부터 독립, 세계정세에 항상 예의 주시하며, 본인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하루종일 스마트 폰만 들여다보기 보다는 좋은 습관을, 좋은 습관이 행복한 인간을 만든다고 믿는 학생들이 많아지길 바란다”며 강연을 마쳤다.
취재 및 글 l 권준혜 홍보기자(junhyekw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