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강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라 - 오픈놀 권인택 대표
2014-04-21 hit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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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청년 창업자로 변신한 권인택 오픈놀 대표는 학생들의 진로탐색교육 서비스 프로그램을 만들어 최근 교육부의 사업 파트너가 됐다. 그는 대기업 재직 시절, 기업이 스펙만 보고 채용을 하고 실전에 강한 인재를 놓치는 현실에 염증을 느꼈다고 한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기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라고 말하는 그의 스토리를 들어보자.

 

스펙 지상주의? 이젠 실전 인재

 

“나는 대학졸업 후 대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했다. 수많은 지원자들을 걸러내기 위해 스펙 위주로 뽑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입사 후 2년도 지나기 전에 전혀 다른 결과가 보였다. 실전에 강한 인재는 따로 있었다. 바로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는 지원자였다.”

 

실제로 요즘 기업들 중 사원 채용 시 학력이나 스펙을 보지 않는 기업이 늘고 있는 추세다. 그 예로 지난해 SK그룹은 ‘바이킹 챌린지’라는 채용 시스템을 도입했다. 바이킹 챌린지란 오디션 방송처럼 심사위원 앞에서 오디션을 치르고 합격한 지원자들이 인턴십 자격을 얻는 채용방식이다. 스펙이 아닌 실전에 강한 인재를 뽑겠다는 움직임이다.

 

“우리나라는 미디어에서 전문직을 비롯해 특정 직업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영향력이 너무 강하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의 진로에 대해 물으면 천편일률적인 대답이 돌아온다. 이런 분위기를 깨고 각자의 스토리를 찾아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들의 진로를 탐색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



 

시행착오의 연속

 

젊은 나이로 창업전선에 뛰어들 때만 해도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남들과 차별화된 전략이라고 자부했고 비전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대기업이라는 이름표를 떼고 나니 그는 사회에게 기회를 빼앗긴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의 관심분야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야심차게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경쟁업체들은 1~3일 기간의 진로캠프를 주로 하고 있었지만, 오픈놀은 3개월 프로그램이었다. 진로를 탐색하는 데 1~3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블로그와 카페를 결합한 방식의 사이트를 개설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자유롭게 글을 쓰게 한다. 시스템은 사용자가 자주 쓰는 키워드를 비롯해 여러 요소를 분석하여 관심사를 파악하고 알맞은 직업을 추천한다. 점수로 가치를 매기는 스펙이 아닌 ‘남들과 다른 나만의 스토리’를 찾는 과정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창업을 하고 1년 동안 매출이 350만 원이었다. 수익도 아닌 매출이 350만 원이면 말 다한 것 아닌가.”

 

그의 기대와는 달리, 당시 청소년 상대 교육일정으로 3개월은 너무 길었다. 궁여지책으로 시스템을 개편해 야심차게 다시 출발했지만, 오히려 상황은 더 안 좋게 흘러갔다. 그러는 사이 곁을 지키던 사람들도 하나 둘 떠나갔고, 그는 사업을 접을 위기에 처했다.



 

마침내 나를 받아준 사회


"그렇게 절망적이던 시기에 한줄기 빛이 내려왔다. 정부에서 시범 운영하게 된 자유학기제가 기회로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자유학기제가 확대됨에 따라 최근에는 교육부의 사업파트너가 되었다. 지난 약 2년 동안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내가 사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고 또 노력하다 보니 마침내 사회가 나를 받아주었다’는 것이다."

 

2013년 9월, 시범 운영이 결정된 자유학기제는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진로탐색에 열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한 학기 동안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업체는 오픈놀 뿐이었고, 이것은 하늘이 준 기회나 다름없었다. 이후 자유학기제는 147개 학교로 확대되었고, 오픈놀은 6개월 동안 5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끝으로 권 대표는 “목표 없이, 철학 없이 살아서는 안 된다. 나만의 기준과 철학으로 앞을 보고 나아갈 수 있는 배짱과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기를 당부한다”며 강연을 마쳤다.

 

취재 및 글 l 이주한 홍보기자(lieshoe20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