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강

[창업과 기업가정신] “곡선의 길 위에 창조가 있다” 황재광 에프에스코리아 대표이사
2016-08-26 hit 1005
폰트줄이기 폰트키우기

▲황재광 에프에스코리아 대표이사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6년 1학기 창업과 기업가정신 마지막 강연의 연사로는 황재광 에프에스코리아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화장도구 제조업체인 에프에스코리아는 랑콤, 로레알 등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에 브러시, 에어쿠션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 품목의 세계 시장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는 경쟁력 있는 회사다. 황재광 대표는 세종대 경영학과(82학번, 마케팅 전공 박사과정 수료) 출신으로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알파고에게 화장을 시켜라


황재광 대표는 강연을 시작하며 ‘우리는 알파고에 화장을 시킬 생각을 해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제3의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3D 프린터는 몰딩, 금형, 정형외과의 인공뼈, 치과기공 등 상상 가능한 모든 영역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테슬라가 몰고 오는 전기차 혁신은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고 있다. 집에서 하루 충전하면 644Km를 주행할 수 있다. 자연히 산유국, 주유소, 자동차 부품산업 등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AI(인공지능), 머신러닝, 빅데이터와 같은 신기술이 인류의 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이런 기술들과 다른 기술들을 결합시키는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단테가 평생을 흠모했던 베아트리체라는 여인에 대한 사랑을 1만4000쪽 분량에 달하는 서사시 ‘신곡’으로 승화시켰지만 알파고는 이런 감정적인 부분에 접근할 수 없다. 소비자의 욕구를 포착하고 그 기회 위에 기술을 덧씌우면 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신기술로 드론과 스마트폰을 화장품산업과 결합시킨 예를 들어보자. 여러분의 피부를 사진으로 찍어 전송해주면 알맞은 색과 화장을 추천해주고, 여러분은 스마트폰으로 대금을 결제한다. 이어서 그 솔루션에 적합한 제품을 찾아내 정보를 창고로 전송하면 드론이 해당 제품을 꺼내서 곧바로 배송한다. 이런 아이디어가 기술과 어우러져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최근 미세먼지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우리는 미세먼지가 피부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를 해봤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4번째로 공기오염이 심한 지역이고 계속 미세먼지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고 트러블을 일으켜 피부를 손상시키고 있다. 그 결과 피부 클렌징 시장이 2005년 0.4%에서 2015년 5.5%로 크게 성장했다. 현재 세계 화장품 시장을 한국 화장품이 리드하고 있다. 명동에 가면 엄청난 사람들이 찾아온다. 이런 여러 가지 환경이 기회다. 나중에 창업하거나 취업해서도 자기의 아이디어를 낼 때 이런 식으로 아이디어를 접목시키는 습관을 들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세종대 학생들이 황재광 대표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나의 모든 것이 사업 밑천


이어서 황재광 대표는 자신의 창업 스토리를 학생들에게 들려주었다.


“우리 시절에는 대학진학률이 낮았고 대학에 갈 수 있는 여건이 잘 안 돼 있었다. 쉽지 않은 기회였던 만큼 세종대에 와서 장학금을 많이 타려고 노력했다. 의식주에 등록금까지 한꺼번에 해결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나중에는 브러시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한 달에 10만 원에서 13만 원가량 받으며 성실히 일했다. 이때 공장에서 일했던 경험이 나중에 커다란 사업 밑천이 되었다.”


“86년도에 졸업, 결혼을 하고 87년 말 10평짜리 아파트를 얻었다. 아파트 안방이 사무실이었고 조그마한 공장들을 찾아다니면서 아웃소싱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안방에 쇼룸을 차려놓고 바이어를 들이면 집을 둘러보고는 대부분 실망해서 되돌아갔다. 그런데 한 미국 바이어가 브러시 6천만 개를 계약해주면서 나의 은인이 됐다. 나중에 물어보니 ‘남의 사무실을 보여주는 식으로 속이지 않고 이렇게 허름한 사무실을 그대로 보여줄 생각을 하는 사람이면 정직한 사람이겠다’ 싶었단다. 지금은 22개 사무실, 해외까지 합하면 20개, 20만평 정도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을 다니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사업이란 여전히 생존의 문제다.”


“그리고 정말로 강력하게 권장하고 싶은 것은 외국어 공부다. 앞으로 우리가 뻗어나갈 곳은 중국이 아니라 아프리카와 남미다. 아프리카에서는 프랑스어 남미에서는 스페인어가 많이 쓰인다. 중국은 인구가 상당하지만 실제 소비는 5천만 명에게서 일어나고 있고 10억 명 이상은 내륙에서 월 1,2만 원을 소비하고 있는 시장이다. 나는 과거에 카이스트 교수들도 잘 못하던 영어를 할 수 있었고, 그것이 성장의 동력이 됐다. 프랑스어 스페인어가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언어라 망설일 수도 있지만 나의 경우 남들보다 한 발짝 먼저 앞서갔던 것이 큰 기회가 되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꿈을 가진 사람이 더 멀리 간다


▲이태하 교수가 황재광 대표이사와 토크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조연설이 끝난 뒤 이태하 교수와의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이 교수는 세종대 출신으로서 모교 방문이 어떤 느낌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요즘 세종대에 점점 더 좋은 학생들이 찾아오고 있고, 그에 걸맞게 학교도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을 몇 번 만나보면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꿈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나는 학교와 공장을 동시에 다녔다. 4시간만 자면서 그 생활을 지탱해 나갔는데 생존의 문제도 중요한 것이었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꿈이 커다란 활력소가 됐다.”


“어쨌든 좋은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많이 늘어난 걸로 알고 있는데,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려는 학생 또한 늘어나고 있다고 알고 있다. 나는 꿈을 가진 공무원이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안일하게 살 수 있어서 혹은 정년보장을 바라보고 가겠다고 한다면 빨리 접기를 바란다. 공무원은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아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세금을 많이 낼 생각을 하는 것이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는 길이다.”


“공무원처럼 가기 좋은 직선의 길보다는 창조할 수 있는 곡선의 길을 갔으면 한다. 곡선의 길에서 예술을 만들어내라.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대학시절, 미래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10년 뒤에 어떤 자리에 있을지를 서서히 생각해 나간다면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취재 및 글 l 오종택 홍보기자(oj8m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