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강

[창업과 기업가정신] “예술과 문화, 나의 삶 그리고 웨어펀 스토리” 권기찬 웨어펀인터내셔널 회장
2016-04-29 hit 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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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뿐만 아니라 그것이 담고 있는 가치와 문화를 판매하는 기업’을 모토로 하는 웨어펀 인터내셔널의 권기찬 회장이 창업과 기업가정신 강연을 위해 세종대를 찾았다. 그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정부로부터 국가공로훈장을 받았으며 2004년에 명품산업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바 있는 한국 패션산업의 선구자다. ‘입는 즐거움’이라는 뜻의 ‘웨어펀’이라는 회사 이름처럼 권 회장의 유머러스한 강연 덕분에 강연장에는 줄곧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10년의 회사원 생활, 그 이후 30년의 웨어펀 인터내셔널 회장 경력에서 얻은 교훈을 세종대학교 학생들에게 들려주었다.



문화생활을 통해 감성과 경험을 키워라


권 회장은 자신이 마카오에서 번지점프에, 파리에서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했던 영상을 보여주며 강연을 시작했다.


“나의 취미는 번지점프다. 아침 비행기로 마카오로 날아가서 번지점프를 하고 당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또 한 번은 저녁 비행기로 뉴질랜드로 날아가 다음 날 번지점프를 하고 새벽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단지 재미있는 일을 늘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무언가 일을 만들어서 내 컨텐츠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내 일이다.”


그는 한 학생에게 화면에 띄워진 배연일 시인의 ‘사랑은 그렇게 오더이다’의 낭독을 부탁하기도 했다. 시 낭독이 끝나자 권 회장은 “나는 봄이 오는 것이 좋다. 꽃이 피는 때가 되면 여전히 설레는 감정이 들기 때문이다. 꽃은 언제나 나의 감성을 자극해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사고를 돕는다. 이러한 감성이 내 사업의 원동력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공부도 중요하지만 최대한 다양한 문화생활을 통해 삶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 좋다. 그 경험의 양만큼 여러분의 내공이 깊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권 회장은 학생들이 눈에 보이는 스펙에만 연연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웨어펀 인터내셔널에서 직원을 채용하는 기준에 대해 얘기하며, 내면의 감성적인 측면 또한 하나의 스펙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 회사에서 직원채용을 위해 면접을 할 때만 여러 가지를 물어본다. ‘당신이 최근에 가장 잘한 일, 남을 위해 한 일은 무엇인가’처럼 그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질문을 던진다. 요즘 회사들은 스펙보다는 그 사람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직접 심층면접을 보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감성지수 높은 사람들이 회사를 성공으로 이끄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나만의 개성과 경력을 살린 창업



권 회장은 배우 하정우의 아버지로 유명한 김용건 씨를 포함한 몇몇 지인들과 함께 ‘옷에 미친 사람’이라는 모임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옷을 스스로 만들어서 입는 걸 좋아했는데, 그 때문에 명품 비즈니스와 관련된 사업 청사진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그가 대학교 때 패션 관련 분야가 아닌 아랍어를 전공했다는 점이다.


그는 고려제강의 중동시장 수출담당자로 일할 때 유럽출장을 자주 다녔는데 이 때의 경험이 나중에 패션사업을 하게 된 결정적인 밑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대학생 시절 그는 항상 눈에 띄는 머리 모양을 하고 개성 있는 옷차림으로 이미 학우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이런 그의 성향이 패션의 메카인 파리와 밀라노를 자주 다닐 수 있었던 외적인 조건과 맞물려 맞아떨어진 것이다.


권 회장은 “유럽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의류시장을 경험했을 뿐, 체계적으로 준비하지는 않았다. 무모하게 시작했지만 열정과 용기가 그 때의 저로 하여금 망설이지 않고 퇴사해 적기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동기부여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건강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되어라



이태하 교수와의 이어진 토크쇼에서 권기찬 회장은 학생들에게 몇 가지 당부의 말을 남기면서 웃음 넘쳤던 강연을 마무리했다.


“대부분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논술, 상식, 자격증을 따기 위해 다양한 훈련들을 한다. 내가 앞에서 감성지수를 키우고 시심(詩心)을 키우라고 했는데, 사실 그런 것들이 단기적으로 여러분들이 취직하는 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길게 봤을 때 삶을 정말로 윤택하고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이러한 것들이다.”


“‘부자가 되려면 부자에게 점심을 사라’는 일본 소설 제목처럼 주변에 좋은 사람을 많이 두어야 한다. 어릴 적과는 달리 요즘은 내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 많아 그 영향력을 부쩍 느낀다. 한 골목에 발 마사지 가게가 두 군데 있는데, 한 집에서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일을 하고, 건너편 집에서는 노래를 불러가면서 일을 한다고 하자. 두 가게의 차이는 별다른 것에 있지 않다. 즐겁게 일을 하는 가게의 종업원들은 자신들이 단순히 발만 마사지 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건강을 관리하는 건강관리사라고 생각한다. 고객의 발이 건강해지면 더 나은 삶을 살 것이고, 사회가 건강해지고 더 밝게 될 것이라는 가치관을 갖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여러분이라면 두 가게 중 어느 가게에 발 관리를 맡기고 싶겠는가?”



취재 및 글 l 오종택 홍보기자(oj8m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