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강

[창업과 기업가정신] “철저한 준비를 통해 효율적인 창업을 하라”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2016-04-08 hit 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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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국 금융계 사상 최초로 여성 은행장이 된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창업과 기업가정신 강연을 위해 세종대를 찾았다.



창업은 희망이자 현실


권선주 은행장은 최근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언급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구글은 14년간 154개의 기업을 인수했다. 왜일까? 기업의 혁신은 규모가 커질수록 더뎌진다. 그러나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 기업은 규모가 작으면서도 커야하는 딜레마에 부딪히는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된 딥마인드의 예를 들어보자. 딥마인드 입장에서는 구글에 인수되었기 때문에 큰 이벤트를 열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앞으로의 세상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혁신을 통한 선순환 시스템이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틈새를 잘 바라보고 창업기회를 잡아야 한다. 여러분에게는 큰 기회다.”


그러나 창업은 그것이 보여주는 장밋빛 희망보다는 현실적인 조건들과 더 많은 친분을 맺고 있다. 한국에서 창업하는 사업들의 5년 후 생존율은 30%에 불과하다. 권 은행장은 창업 사례는 늘어나고 있는 반면 OECD 대비 15% 낮은 기업 생존율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적지 않은 창업자가 사업자금을 대출하기 위해 은행을 찾아왔다가 거절당하면 “왜 은행에서는 우리처럼 기술이 뛰어난 기업에 투자하지 않느냐”라는 항의성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그러면 권 은행장은 “투자는 냉정하다”라고 대답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와튼스쿨 교수인 애덤 그랜트의 ‘오리지널스’라는 책을 언급했다.


“‘오리지널스’라는 책에서는 대책없이 하나에 올인한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안정성을 확보하고 일에 매진하는 사람들이 성공한다고 밝히고 있다. IT업계의 전설이 된 빌 게이츠와 스티브 워즈니악은 초기에 컴퓨터 사업에 모든 것을 바치지 않았다. 그들은 학교를 계속 다녔고 남는 시간에 취미로 컴퓨터를 연구했다. 이는 지극히 위험 회피적이고, 실패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행동이다.”


“은행 역시 이들처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도전이란 무조건 리스크를 크게 지는 것이 아니라, 계획을 세우고 일을 실천해내는 것이다. 좋은 투자를 위해서는 변동성과 타이밍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여러분의 창업의지를 꺾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창업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조언이다.”



경험비용은 줄이고 파이는 키워라



권선주 은행장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취직하여 현장에서 직접 경험을 쌓거나 창업보육센터 등의 지원프로그램을 활용할 것을 권장했다. 그녀는 “처음부터 바로 창업하기 보다는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 직간접적인 경험을 쌓고 충분히 공을 들이는 것이 겉으로 보기에는 느려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빠르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사업을 시행하려면 구체적인 창업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디어만 가지고 창업을 해도 성공하지 않을까’하는 발상은 위험하다.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고 수익성을 가지려면 중간에 몇 차례의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 위기를 극복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부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전체시장과 내가 집중할 타겟시장에 대한 사전정보를 모으면서 최소 3년간의 손익계획을 세우는 등 다각도로 세부계획을 세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권 은행장은 글로벌화 된 시대를 살아가는 창업자라면 반드시 시작할 때부터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의 내수시장은 규모가 너무 작다. 게임빌이라는 10년차 모바일 게임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PC기반의 게임이 유행할 당시 모바일 시장에 대한 비전을 봤고 미래 시장을 선점했다. 그리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해외에 현지법인을 많이 세운 결과 현재 83%의 수입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4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이다.”


“또 하나의 단적인 예로 ‘김기사’라는 길찾기 어플리케이션을 만든 록앤올이라는 회사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카카오에 626억 원에 인수됐다. 반면 동일한 기능의 어플리케이션을 만든 웨이즈는 구글에 13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에 팔렸다. 내수시장만을 고려한 기업과 글로벌 시장을 노린 기업이 시장의 크기라는 변수에 의해 얼마나 다르게 평가받는지 알 수 있다.”


이어서 권선주 은행장은 창업을 고려하고 있는 학생들이 지원받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그녀는 우선 IBK기업은행에서 제공하는 'IBK성공창업대출', ‘IBK핀테크 Dream Lab’ 등의 상품을 언급했다. 이외에도 크라우드펀딩을 받을 수 있는 ‘기업투자정보마당’이라는 플랫폼, 창업보육센터, 청년창업사관학교,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의 지원센터에 대한 정보를 전달했다. 예비창업자들은 이곳에서 창업을 위해 필요한 여러가지 프로세스를 지원받을 수 있으니 충분히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은행원’은 사람을 대하는 직업



권 은행장의 기조연설이 끝나고 이태하 교수와의 토크쇼가 진행됐다. 이 교수는 먼저 권 은행장에게 은행원이라는 직업이 가진 매력에 대해서 질문했다.


“은행원의 진정한 업무는 고객과 긴밀한 접촉을 하는 것이다. 나는 고객으로부터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공한 고객에게서는 성공의 비법을, 실패한 고객에게서는 실패의 원인을 배웠다. 이런 간접경험을 월급 받으면서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이다. 또한 고객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때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보람을 느낀다. 내가 지점장으로 발령받아 최초로 사업자등록금을 내줬던 기업가를 어떤 컨퍼런스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 기업가가 대통령 옆에 앉아있는 것을 봤을 때의 보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어서 이태하 교수는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은행원의 업무를 대체하지 않겠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은행원의 단순업무는 ATM, 모바일앱과 같은 비대면채널을 통해 이미 오래전에 90% 정도 대체됐다. 그러나 고객의 마음을 읽는 것은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대답했다. 덧붙여 “은행업무는 지금도 진화하고 있으며 점점 다양한 영역의 지식의 협업이 요구되고 있다. 상경계열 출신만 채용한다는 편견은 버렸으면 좋겠다. IBK기업은행에서는 인문계, 예체능, 이공계를 모두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권 은행장은 자신의 좌우명을 언급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내 좌우명은 ‘매일매일 배우자’다. 저녁에 퇴근을 하면 늦은 시간이지만 책 한 구절이라도 읽고 자려고 노력한다. 영문학과가 은행원으로 들어왔으니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노력했기 때문에 한국 최초의 여성 은행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 같다.”



취재 및 글 l 오종택 홍보기자(oj8m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