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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과 기업가 정신]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라” 신선희 서울사이버대학 석좌 교수
2015-11-25 hit 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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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저 목소리 크죠? 극단에서 오래 일한 덕분에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목소리가 크고 좋아요.”


지난 11월 4일 창업과 기업가정신 특강에 우리나라 문화예술 권위자로 알려진 신선희 서울사이버대학 석좌 교수가 방문했다. 신 교수는 현재 성남문화재단 대표 이사를 맡고 있다.


“영문과를 졸업하자마자 무작정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연극을 전공했다. 영어를 잘 못했기 때문에 숙제도 엉뚱한 걸 해가고 희곡도 쓰지 못했다. 그 당시 좌절감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일주일에 사흘을 극장에서 밤 11시까지 일했다. 극장 일은 특성상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하는데, 고소공포증이 있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 훈련이 나중에 중요한 경험이 되었다”


신 교수는 극작가를 꿈꾸며 극단에서 일했던 때를 회상했다. 이어 당시 몸도 연약한 데다 고소공포증까지 있어 늘 자신감이 없었다며 운을 뗐다.


경험은 성장의 거름이다


“하루는 선생님이 그림을 잘 그린다며 오페라에 가서 제작하는 일을 돕지 않겠냐고 권유하셨다. 그리고 어느 날은 무용에 소질이 있다고 하셔서, 무용과로 가서 안무를 배웠다. 여러 재능이 있어서 그만큼 꿈이 많았지만, 나는 무대 디자인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뉴욕의 유명한 무대디자인 학교에 갔다. 자연과학에서부터 첨단기술까지 과학적이면서도 철학적 깊이가 있는 훌륭한 교육을 받았다.”


“극장 설립 목적에 대해 많은 걸 배웠다.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청소년극장, 고전극장 그리고 아주 작은 창고극장까지 많은 곳을 다니며, 정말로 극장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극장이란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넘어 인간사회이고 하나의 광장이며, 토론과 정서적 교류를 하는 곳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때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돈을 모아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신 교수는 세계적으로 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고 한다. 그래서 힘든 여건 속에서도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상기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까 우리나라 공연예술계가 굉장히 척박했다. 인재도 없었고, 할 일 없는 사람이 예술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협회도 만들고, 무대예술 자격증을 받아 전문적으로 운영했다. 정책적으로나 교육적으로나 굉장히 힘을 썼다. 공연계의 70퍼센트는 아마 나를 거쳐 갔을 것이다.”


15년을 미국에서 지낸 신 교수는, 한국의 예술계에 인재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교육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잠자는 시간이 아깝게 여겨질 만큼 교육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아무도 가지 않는, 미지의 길을 개척하라


“여러 나라를 다니며 대한민국에만 청소년극장이 없다는 사실이 정말 죄스러웠다. 그래서 공모에 응해 청소년 극장을 건립하게 되었다. 모든 자료를 콘텐츠화해서 3년 동안 학자들을 뽑고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을 열었다. 또한 설계 꿈도 있어서 연못에서 세트가 올라가는 한국의 천지인 사상을 반영하고, 항상 빛이 들어오게 했다. 이런 것들을 기본 설계로 가지고 다니며 건설하고 싶다고 했더니, 국민은행 회장을 만나게 됐다. 그리고 설득 끝에 우리나라 최초의 아레나 원형극장을 만들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성남에서 좋은 일을 하며 마무리 짓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음악도시답게 악기박물관을 만들기로 했다. 악기를 60개 정도 사고, 나머지 100개는 외교기관에서 받았다. 시민들도 모아놓은 돈 2억과 악기를 기증하는 등 성의를 아끼지 않았다. 성남 시민연극은 이렇게 정체성을 세워갔다.”


신선희 교수는 이런 모든 일이 늘 정직하고 진실된 이야기를 했기에 잘 풀렸던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서 소통으로 일을 진행해왔던 자신만의 방식을 설명하며 강연을 마쳤다.


“내가 운영을 맡았을 때가 제일 행복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상호존중하고 교류하는 일들을 배워왔기 때문인 것 같다. 일을 할 때 앞만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지그재그로 가면서 모든 방향으로 보려고 했다. 또한 자유롭고 수평적인 소통을 원했기 때문에, 같이 일하는 상대와 방법이 달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요즘 학생들은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창업을 하는데 망설이는 것 같아 보인다. 이번 강연을 통해,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취재 및 글∣최명현 홍보기자(cmh205@s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