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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과 기업가정신] “융합을 상상하면 새로운 방법이 나온다!”배영호 배상면주가 대표
2015-05-07 hit 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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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이란 남이 가지 않‘는’ 길이 아닌 남이 가지 않‘을’ 길로 가는 것이다. 토씨 하나 차이지만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남이 하지 않을 일을 하는 것. 이것은 왜 중요한가? 모든 사람들이 남이 가는 길을 가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남이 좋은 대학, 좋은 회사를 가려고 하면 자신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경쟁에 밀려 실패하면 굉장히 실망한다. 취업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남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남이 가려고 하지 않는 길, 나는 그 길에 도전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배영호 배상면주가 대표는 학생들에게 토씨 하나 차이의 두 문장을 제시했다. 그는 ‘남이 가지 않을 길로 가라’는 메시지로 창업과 기업가정신 강연을 시작했다.


“창업의 전략에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가능한 일을 선택하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르는 것이 최우선이다. 둘째는 시장이 큰 곳을 선택하라. 큰 시장이 작은 시장보다 기회가 많다. 셋째는 내가 잘하고 즐거운 일을 선택하라. 내가 자신 있는 분야의 창업 아이템을 찾는다면 어떤 난관이 있어도 극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업을 재해석하라. 이것은 나의 경우인데, 아버지가 양조장을 하셨고 나는 이를 보고 자라 술 사업을 하게 됐다. 이렇듯 집안에 가업이 있다면 이를 새롭게 해석해 창업 아이템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배 대표는 이어 창업의 전략 4가지를 제시했다. 또한 창업에는 무수한 가능성이 열려있으며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냐에 따라 새로운 길이 생길 수 있음을 설명했다.


“나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는데 ‘술도 하나의 미디어다!’라고 정의했다. 미디어는 무엇이 필요할까? 미디어는 컨텐츠가 필요하다. 둘은 전혀 다른 분야인 것 같지만 내가 술 사업을 미디어로 정의하자 친숙하게 다가왔다. 이처럼 창업에는 무수한 가능성이 널려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세 가지 창업 이야기


배영호 대표는 ‘세 가지 창업이야기’를 통해 창업을 하게 된 계기부터 어떻게 성공에 다가갔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대학교 3학년 때 유럽 여행을 갔는데 가는 곳마다 양조장을 구경시켜줬다. 그 나라의 역사, 그 지역의 농산물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술을 팔고 있었다. 이 사건이 나에게 엄청난 영향을 줬다. 나도 서양의 와이너리 같은 모습을 우리나라 전통 술에서 구현해보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양조 산업을 시작하기엔 당시 시장이 너무 작았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여러분들처럼 젊었고, 내 평생을 바쳐 전통술을 만들어보겠다는 패기로 가득 차 있었다.”



<첫 번째 이야기> 국순당과 백세주


“‘백세주’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아는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돈이 없어서 내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알릴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음식점을 유심히 관찰해봤다. 그러다가 음식점에는 ‘포스터’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는 포스터라는 미디어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그래서 포스터를 이용한 마케팅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주목한 점은 메뉴판을 쓰는 술집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메뉴판에 백세주가 있어야 시킬 것이 아닌가. 그때 구세주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펄스다운 컴퓨터, 디지털 프린터, 디지털 카메라 등 굉장히 혁신적인 IT기술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런 기술들을 이용해 약 60만 개의 업소에 메뉴판과 포스터를 만들어줬다. 이를 통해 주류업계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새로운 IT기술이 오래된 굴뚝 산업과 연결되어 갑자기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게 됐다. 그 결과 ‘국순당’이라는 새로운 기업이 탄생했다.”


배영호 대표는 첫 번째 이야기로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술 ‘백세주’와 막걸리 ‘국순당’의 탄생 스토리를 풀어놓았다. 그는 그 당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포스터와 메뉴판이라는 홍보 아이템을 떠올렸고, 그것을 새로운 IT기술과 접목해 자신만의 사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IT업계에 ‘많은 혁명이 일어나고 있지만 진짜 혁명은 이제부터’라는 이야기가 있다. 여러분들도 시야를 넓혀서 남들이 다 하는 IT 산업을 하지 말고, 아주 오래된 아이템과 IT를 접목시켜보라.”


배 대표는 아직 시도되지 않은 혁명이 많이 있다며, IT와 다른 분야와의 융합을 고려해 보라고 조언했다.


<두 번째 이야기> 배상면주가와 산사춘.


“나는 유럽의 와인 모델을 대한민국에 접목시키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산업을 만들고 시스템을 만들고 문화를 만드는 것은 한 개의 회사로는 힘들다. 그래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전통술이 와인처럼 되려면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화와 이야기와 사람의 감정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 콘텐츠를 모으기 위해 박물관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산사춘과 전통술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였다. 배 대표는 술을 하나의 ‘미디어’로 정의했다. 그리고 그에 걸맞게 술에도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술 박물관을 세우게 됐다.


“10년 동안 백세주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 놓고 다른 사업을 한다고 하니 주위 사람들이 말렸다. 하지만 그런 우려를 뒤로 하고 시작했다. 공장의 70%는 박물관이었다. 전통술 양조장이 박물관으로 시작하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겠구나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오픈을 했는데 2달만에 IMF가 터졌다. 굉장히 힘들었고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언론이 굉장히 관심을 가져줬다. ‘최초의 전통술 박물관이다, 최초의 술 박물관인데 그것도 전통술이다’라고 보도가 많이 됐다. 홍보를 통해서 어느 정도의 상업적 광고 효과를 봤는지 계산해봤더니 200억 정도나 됐다. 돈 한 푼 안들이고 200억의 광고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그 뒤로 급속도로 ‘산사춘’이라는 제품이 성공을 거두게 됐다.”


배영호 대표는 IMF 당시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전통술 박물관 덕분이라며, 새로운 생각이 사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역설했다.


“내가 이렇게 지나와 보니까 돈이 없어서 사업을 못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꼭 필요할 때는 돈이 생기거나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생겼다. 나만 운이 좋아서 그랬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상상력을 가지고 볼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시각으로 보면 사업아이템은 널려있다. 열정을 가지고 뛰어들면 반드시 길이 나오고 아이디어가 나온다.”



<세 번째 이야기> 느린마을 프로젝트.


“왜 사람들이 다 똑같은 막걸리를 먹어야 하나? 모든 고객의 개인취향을 맞춰 줄 수 있도록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고자 했다. 또한 너무 비싸지 않아야 했는데 첨단기술의 발달로 그게 가능해졌다. 이것이 바로 ‘느린마을 프로젝트’다. 지금은 이런 양조장이 굉장히 잘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서 양조장이 하나의 마케팅 센터가 되고, 물류 센터가 되고, 커뮤니티 센터가 되는 그런 새로운 모델을 시도해 보고 있다.”


배 대표는 마지막 이야기로 ‘느린마을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느린마을 양조장은 전통주와 펍을 융합한 신개념의 술집으로 자리 잡았다.


“모든 고객의 차별화된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새로운 사업이 다가오고 있다. 여러분들처럼 젊고 몸이 가벼운 사람들에게 새로운 창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내가 딱 하나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바로 ‘융합’이다. 자기 분야와 다른 분야를 융합하면 대부분의 길이 보인다. 이것이 창업의 노하우다. 반드시 다른 분야와 융합의 사례를 상상해보라. 상상하면 새로운 방법이 나오게 된다.”


배 대표는 ‘차별화된 욕구’와 ‘융합’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창업을 생각해 보라고 조언하며 강연을 마쳤다.


취재 및 글|최규원 홍보기자(gw81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