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강

[창업과 기업가정신] 영화처럼 창조적 인생을 경영하라! 최재원 위더스 필름 대표
2015-04-02 hit 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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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캠퍼스를 촉촉이 적시던 3월 18일, 위더스 필름의 최재원 대표가 세종대를 방문했다. ‘놈놈놈’, ‘변호인‘ 등을 제작한 최재원 대표의 강연은 학생들에게 뜻깊은 교훈뿐만 아니라 재미있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그래서일까? 유독 강연을 듣는 학생들이 평소보다도 더 집중해서 최 대표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을 보였다.


“영화산업은 실제로 규모가 작다. 총매출이 2조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 산업이다. 2조원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매출에 훨씬 못 미치는 규모다. 또한 극장매출이 전체매출의 83% 정도를 차지한다. 그나마 25% 정도의 제작사만 돈을 벌고 나머지는 모두 적자가 난다.”

“국내에는 3,000개의 영화제작사가 있다. 그중에서 영화를 한 편이라도 제작해서 개봉하는 제작사는 200개 정도뿐이다. 이렇게 작은 규모다 보니 실제로 자신의 돈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제작사는 없다. 전부 투자를 받아야 한다. 나도 변호인을 만들 때 제작비를 구하기 위해 살던 집의 전세금을 빼서 영화를 만들었다.”


강단에 선 최 대표는 영화산업에 대한 소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보이는 것과 다르게 영화 산업이 실제로는 영세하고 위험이 큰 산업이라는 것이다.


사실 최재원 대표는 영화를 전공하지도, 영화업계에서 일한 경력도 없는 인물이다. 그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증권회사에서 일하던 애널리스트였다. 잘나가는 애널리스트였던 그가 리스크가 큰 영화산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증권회사에서 일하던 중 벤처캐피탈에 스카웃 됐다. 그곳에서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라는 영화에 첫 투자를 하게 됐다. 처음 예상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투자하며 영화를 개봉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그러나 대학시절부터 영화와 연극을 정말 좋아했던 나로서는 영화를 제작하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결국 포기하지 않고 영화산업에 투자한 끝에 조금씩 성과가 생기게 됐다. 그렇게 영화가 재미있어지고 나의 일이 되기 시작했다.”


“제대로 영화제작사를 만들고 싶었다.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아이픽쳐스’란 회사를 설립했다. 첫 시작은 좋았다. ‘장화홍련’, ‘싱글즈’, ‘살인의 추억’을 투자했고 이 영화들은 그해 흥행순위 1,2,3위에 올랐다. 시작부터 성공을 맛보고 나니 자신감이 넘치고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여세를 몰아 ‘효자동 이발사’, ‘고독이 몸부림칠 때’ ‘마지막 늑대’라는 영화에 투자했다. 하지만 이 세 편의 영화가 모두 실패를 하고 말았다. 수십억 재산이 수십억 빚으로 변했다. 결국 미국으로 도망치듯 떠나게 됐다.”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


‘넌 뭘 좋아하니?’ 미국에 있던 최 대표가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다.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 영화산업에 몸담기에는 자존심이 상했고, 그렇다고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제작을 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37년 인생을 뒤돌아보니 영화나 연극같이 ‘창작의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재미있었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영화를 해선 안 되지만, 참을 수 없었다. 고심 끝에 한국에 돌아와 다시 영화제작에 뛰어들었고, 헨젤과 그레텔, 놈놈놈, 마더를 제작하게 됐다.”


영화제작을 다시 하게 된 최 대표는 자신이 겪은 또 다른 역경을 소개하며 강연을 이어갔다.


“외부시선으로는 내가 제작한 영화들이 모두 성공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특히 놈놈놈 같은 경우 많은 관객을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제작비로 인해 제작사는 돈을 벌지 못했다. 또한 촬영과정에서 스텝들이 사고로 죽기도 했다. 결국 쫓겨나다시피 회사에서 나오게 됐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회사에서 나오게 된 후 ‘NEW’라는 회사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받아 변호인을 제작하게 됐다. 촬영기간 동안 스텝들을 위해 밥과 숙소에 좀 더 많은 돈을 투자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제작의 효율성이 굉장히 높아졌다. 영화의 질도 높아지고, 촬영장의 분위기도 좋아졌다. 결국 변호인을 통해 국내 9번째 ‘천만 제작자‘가 됐고, 수익의 절반을 함께 일한 스텝들과 나눴다.”

“무슨 일을 하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의 관계다.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의 가장 큰 특징은 1+1을 2+α로 만드는 것이다.”


최 대표는 창업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사람들과의 관계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역설했다.


“사람을 정성으로 대하는 것만큼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없다. 정성으로 대하는 것, 그들의 신념과 나의 신념이 일치되게 만드는 과정들이야말로 감동을 주는 것이다.”


끝으로 최 대표는 학생들에게 진정한 삶의 목표를 가지라고 당부했다.


“삼성, 현대에 입사하는 것이 여러분 인생의 목표는 아니지 않은가? 나의 인생에서 내가 뭘 하고 싶었는지를 생각해보라. 현재 나의 인식,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나의 삶과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창업과 기업가정신 강연 이후 최재원 대표는 위더스 필름을 정리하고, 현재는 워너브라더스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취재 및 글|이희송 홍보기자(artple@s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