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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 자체로 충분합니다.” 학생회관 3층 학생생활상담소
2014-12-23 hit 1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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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관 310호 학생생활상담소에서 상담사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홍보실DB)


“에스키모들에게는 '훌륭한'이라는 단어가 필요 없어. 훌륭한 고래가 없듯 훌륭한 사냥꾼도 없고, 훌륭한 선인장이 없듯 훌륭한 인간도 없어. 모든 존재의 목표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지 훌륭하게 존재할 필요는 없어.” 


김중혁의 단편소설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에 나오는 구절이다. 고민의 대부분은 있는 그대로의 나와 훌륭한 무엇이 되기 위한 나 사이에 괴리에서 오는 지도 모른다. 사회가 끊임없이 훌륭해지라고 닦달할 때, 에스키모들처럼 우리의 존재 자체를 인정해주는 곳이 바로 학생생활상담소다.


학생회관 310호에 있는 학생생활상담소는 진로나 성격,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종인들에게 전문적이고 개별적인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상담을 원하는 학생은 전화나 방문을 통해 신청서를 작성한 후 간단한 인터뷰를 한다. 고민의 심각성에 따라 상담사가 배정되면 일주일에 50분씩 1대1 개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상담은 한 학기 기준으로 24회가 진행된다. 상담 과정에서 학생의 고민이 일찍 해결되면 상담 횟수가 줄어들지만 반대의 경우엔 늘어날 수 있다. 총 8명의 상담사가 활동하고 있다.


상담만으론 어떤 고민을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담은 잘 보이지 않는 자기 문제를 직시할 수 있게 해준다. 곽주현 상담사는 “자기 문제를 한발자국 떨어져서 읽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상담이다. 일종의 거울 역할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처음엔 너무 아팠던 문제가 점점 적응이 되고 편해질 수 있다. 상담사들은 이러한 본인 치유의 과정에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담소에선 개인상담뿐 아니라 심리검사나 집단상담도 받을 수 있다. 심리검사는 개인의 성격 및 진로의 특성들을 객관적인 자료로 살펴보는 데 도움을 준다. 종류로는 적성탐색, 성격의 선호 경향을 알아보는 MBTI 검사, 정서상태를 점검하는 MMPI 검사 등 총 10가지가 있다. 다음 학기부터 실시 예정인 집단상담에선 같은 고민을 가진 10명 내외의 학생들이 상담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내가 보는 타인 또는 타인이 보는 나를 객관적으로 탐색한다. 신청 방법은 학교 공지사항이나 상담소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ejongcc)에서 신청일시를 확인하고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된다.


가족과 친구에게도 말하기 꺼려지는 고민이 있을 때, 억눌린 마음이 눈앞을 가려 자신의 문제를 보지 못하게 할 때 학생생활상담소는 좋은 거울이 될 수 있다. 곽주현 상담사는 “대학생은 완전히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중간지점에 있기 때문에 고민 많은 게 당연하다. 필요할 땐 도움을 받는 것도 좋으니 언제라도 상담소에 찾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연숙 상담사는 “상담을 하면서 매번 느끼는 건데 학생들이 자기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모르는 것 같다. 지금 그 자체로도 충분하니까 자신을 조금 더 좋아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취재 및 글|김지아 홍보기자(zia_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