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투데이
NOW세종인 #171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경쟁 부문에 선정된 김경미·김나영 동문을 만나다
- 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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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영화예술학과·19) 동문의 ‘쿠데타(COUP D’ÉTAT)‘와 김나영(영화예술학과·18) 동문의 ’확장기‘가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경쟁 부문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미쟝센단편영화제는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단편 영화제로, 2021년 이후 4년 만에 재개됐다. 올해는 총 1,891편이 출품되며 역대 최다 지원 기록을 세웠고, 이 중 65편만이 경쟁 부문에 최종 선정됐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두 동문의 영화가 작품성을 인정받은 가운데, 그들에게 직접 작품에 관한 이야기와 출품 소감을 들어봤다.
▲(위쪽부터)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섹션의 GV 모습, 김나영(영화예술학과·18) 동문의 GV 모습
Q. 경쟁 부문에 선정된 소감이 궁금하다.
경미 : ’쿠데타(COUP D’ÉTAT)‘를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함께해 준 스태프와 배우들, 그리고 곁에서 응원해 준 많은 얼굴이 떠올랐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의 어려움과 즐거움이 극장 상영을 통해 하나로 이어지는 느낌이 들어 미쟝센단편영화제 측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고 싶다.
나영 : ’확장기‘를 내가 좋아하는 감독님들과 배우분들이 직접 보고 심사하셨다는 사실이 무척 설렜다. 심사 위원, 집행위원분들과 내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함께 상영한 감독님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 점 또한 의미 있었다. 국내 유일의 장르 단편영화제로 부활한 미쟝센단편영화제가 앞으로 더 다양한 색깔의 영화를 선보일 수 있는 장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Q. 작품에 대한 소개 및 설명을 부탁한다.
경미 : ‘쿠데타(COUP D’ÉTAT)’는 프로레슬링 훈련생 봉기가 ‘쿠데타’라는 링네임으로 데뷔하는 과정을 파편적으로 그리며, 주인공의 내면적 변화와 욕망의 불씨가 노골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난도가 있는 기술들을 매끄럽게 구현하기 위해 실제 국내에서 활동하는 선수분들을 섭외했고, 이들이 훈련하던 장소에서 그대로 촬영을 진행했다.
나영 : ‘확장기’는 선천적으로 질이 없이 태어난 주인공 명기가 헤어진 여자 친구 도와 재회하기 위해서 질 재건 수술을 받은 후, 확장기를 사용하며 생기는 신체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이다.


▲(위쪽부터) ‘쿠데타(COUP D’ÉTAT)’, ‘확장기’ 스틸컷
Q. 작품을 찍게 된 특별한 계기가 무엇인가?
경미 : 기획 당시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접촉에 민감했던 시기였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인물 간의 신체적 접촉이 적극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때 문득 유년기에 보았던 WWE 프로레슬링이 떠올랐다. 과거의 열패감, 자괴감처럼 자신을 갉아먹는 내면의 폭력성이 결국 육체적 행동으로 번져가는 주인공, 그리고 그런 상태를 경고하는 인물에 대한 아이디어를 예전에 메모해 두고 있었는데, 이를 프로레슬링이라는 소재를 통해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시나리오 작업이 끝난 뒤에는 ‘한국 프로레슬링 단체 PWS KOREA(Pro Wrestling Society Korea)’에 협업을 제안했고 단체 측에서 흔쾌히 도움을 주셨다. 비록 열악한 조건 속에서 진행된 작업이었지만, 많은 이들의 지원 덕분에 지금의 ‘쿠데타‘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나영 : 바다에 버려진 미세플라스틱이 해양 생명체의 생식기를 변형시키고 있다는 글을 읽었는데, 그 변형된 신체를 가진 생명체들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종의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그러한 서사가 한국 사회에 만연한 퀴어 혐오의 논리와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이분법적 기준에서 벗어난 신체와 정체성을 가진 존재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존재해 왔다. 그럼에도 사회 곳곳에는 여전히 규범과 교정의 폭력이 남아 있다. 나는 그 폭력이 더 많이, 더 빠르게 부서지길 바라며 이 작품은 바로 그 부서짐을 통해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이다.
Q. 제작 과정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가?
경미 : 전문적으로 훈련된 선수들과 함께 촬영했음에도, 기술이 들어가는 컷들은 찍을 때마다 긴장됐다. 불안과 걱정을 끌어안은 채 위험에 대한 압박에 짓눌리다 보니, 종종 이런 장면을 찍자고 판을 벌인 나 자신에게 환멸을 느끼기도 했다. 마지막 컷을 무사히 촬영하고 나서야 안도할 수 있었고, 당시의 동적이던 나의 상태가 기억에 남는다.
나영 : 촬영 전날 집 근처 언덕이 무너져 마지막 회의 도중 대피소로 이동해야 했는데, 그곳에서 마지막 촬영 점검을 마치고 이상하게 두근거리며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나를 죽이지 않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다’라는 생각을 그때 했던 것 같다.
Q. 영화를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
경미 : 영화를 만들고 고민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움직이고 깨어나고 변화하며, 결국 잊고 있던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순환을 겪는 것 같다. 어느 순간 일련의 과정이 영화가 나를 재생시키는 유일한 방법론처럼 느껴졌다. 어렵고 괴롭지만, 무엇보다 즐겁기 때문에 기꺼이 영화를 찍는 것 같다.
나영 : 한 번도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즐거웠던 적이 없고,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만든 적도 없다. 내가 대화를 통해 관계의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할 능력이 있었거나, 글이나 그림으로 나만의 세계를 온전히 표현할 수 있었다면 애초에 영화 같은 건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다만 지금의 나에게 영화를 만드는 일이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표현 수단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속이 너무 답답하고 아플 것 같아 계속 영화를 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경미 : 스스로에 대한 검열과 불안, 불신을 걷어내기 위해 단련 중이다. 또한, 내가 만든 창작물들이 곧 나의 든든한 배경이 되도록 여러 방면으로 다음 작품도 준비하고 있다. 바라건대 어떤 환경이나 제약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장르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창작자의 삶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
나영 : 단편영화 시나리오와 장편영화 시나리오를 각각 한 편씩 쓰고 있다. 다만 자금도 부족하고 함께할 동료도 많지 않아, 언제쯤 촬영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가능하다면 내년 안에 적어도 한 작품은 완성하고 싶다.
취재/ 권상혁 홍보기자(seankweo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