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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람하는 OTT의 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가인 교수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214호
- 2026.06.26
- 72
범람하는 OTT의 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가인 교수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세계적으로 OTT 콘텐츠가 쏟아지는 지금은 ‘OTT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OTT가 우리 삶과 방송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가인 교수에게 물어봤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가인 교수
OTT 시대의 스토리텔링은 자기 강점, 시장의 욕망, 인간 보편의 감정이라는 세 가지 좌표를 동시에 읽어내는 역량이며, 이는 나·타인·세상에 관한 깊은 관심에서 시작한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미국 뉴멕시코주립대학교에서 재직 후, 2025년 3월 우리 대학에 부임했다. 미디어 기술과 커뮤니케이션 환경의 변화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주요 연구 분야로 삼고 있으며, 현재 미디어의 이해, 인간커뮤니케이션, Digital Media and Communication 등의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OTT가 등장하며 변화하는 방송업계 전반을 어떻게 보는가?
OTT의 부상은 방송의 개념을 ‘편성’ 중심의 기존 모델에서 수용자가 시간과 기기를 선택하는 ‘수용자 주도형’ 모델로 재정의한 구조적 전환이다. 이에 따라 시청률이라는 단일 지표 대신 시청 시간, 완주율 등의 다층적 데이터가 산업의 핵심 지표로 자리 잡았다.
또한 글로벌 무한 경쟁 속에서 전통 방송사들은 자체 OTT 강화나 콘텐츠 공급을 통해 정체성을 재설계하고 있다. 즉, 현재 방송업계는 기존의 채널 사업에서 IP 사업으로 이동하는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OTT의 등장과 흥행이 기존의 방송 기획 및 제작 방식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가?
OTT 환경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분량과 회차 등의 제약에서 벗어나 이야기의 자유로운 설계가 가능해진 점이다. 제작 방식 역시 시청 데이터를 분석해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수요를 반영하는 데이터형 기획이 일반화됐다. 서사 구조 또한 빈지 워칭(몰아보기)을 전제로 삼으면서, 매회 감질나게 끊는 클리프행어 방식 대신 연속적인 몰입을 유도하는 시즌형 빌드업이 정착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동시 공개를 겨냥한 보편적 정서의 활용이 강화된 동시에, 역설적으로 가장 한국적인 지역성이 가장 글로벌한 경쟁력이 된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OTT, 나아가 방송 산업의 전망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크게 네 가지 흐름을 예상한다. 첫째는 인수합병과 제휴의 가속화로 인한 시장의 재편과 통합, 둘째는 광고 및 라이브 결합을 통한 수익 모델 다각화, 셋째는 기획·제작 전반에 걸친 AI 기술과의 결합, 넷째는 ‘원 소스 멀티 유즈’를 통한 콘텐츠 IP의 무한 확장이다. 특히
네 번째 과정에서 K-콘텐츠의 역할이 기대된다. 다만 초대형 텐트폴 작품과 저예산 작품 간의 콘텐츠 양극화 현상과 창작자 처우 개선 문제는 산업이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수용자가 OTT를 바람직하게 수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능동성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강조하고 싶다. OTT는 이용자가 콘텐츠를 직접 선택한다는 점에서 능동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알고리즘의 울타리 안에서만 소비하게 되는 수동적 구조를 강화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수용자는 미디어 소비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추천 시스템에만 의존하지 말고, 비판적 시선으로 다양한 장르와 관점을 스스로 탐색해야 한다. 추천 목록 바깥에 존재하는 다른 장르, 다른 문화권, 다른 시대의 작품에 자신을 의도적으로 노출하며 플랫폼이 짜 놓은 자신의 알고리즘을 스스로 ‘해킹’하고 흔들어 깨우는 능동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OTT가 글로벌 미디어라는 특징을 생각해 볼 때, 어떤 점을 주의하며 콘텐츠를 소비해야 하는가?
글로벌 OTT는 타 사회의 가치관, 역사, 정치적 관점을 접할 수 있는 매우 경제적인 수단이지만, 결국 제작자와 플랫폼의 시각이 반영된 재현이다. 따라서 특정 국가, 인종, 성별, 종교가 어떤 시선으로 그려지는지 그 정확성과 맥락을 의식적이고 비판적으로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알고리즘이 특정 문화권을 과대 혹은 과소 노출할 수 있다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 글로벌 콘텐츠를 폭넓게 즐기되, 다양한 문화권의 콘텐츠를 균형 있게 소비함으로써 문화적 다양성과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함께 지켜내야 한다.
앞서 말한 바람직한 자세와 태도를 갖추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노력이나 훈련은 무엇인가?
앞서 언급한 부분 외에, 대화와 토론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OTT의 확산은 콘텐츠 소비를 개인화해 과거 가족 중심의 우연한 콘텐츠 노출과 집단 감상의 기회를 감소시킨다. 따라서 다양한 관점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해석을 공유하며 자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작품의 다층적 의미를 깨닫는 과정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훈련해야 한다. 타인과의 소통이 주는 뜻밖의 발견은 생각보다 큰 즐거움과 배움을 안겨준다.
OTT 시대에 방송인들에게 꼭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데이터 및 기술 리터러시가 중요하다. 데이터를 읽고,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이해하며, 기술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해 창작에 적용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다만 더욱 중요한 것은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기술과 플랫폼이 아무리 변해도 결국 시청자를 붙드는 것은 이야기이다. OTT 시대의 스토리텔링은 자기 강점, 시장의 욕망, 인간 보편의 감정이라는 세 가지 좌표를 동시에 읽어내는 역량이며, 이는 나·타인·세상에 관한 깊은 관심에서 시작한다. 학생들이 대학이라는 최적의 공간에서 이러한 관심을 자유롭게 탐구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선을 길러 나가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OTT 및 방송업계 진출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자신의 이야기에 확신을 갖고 세상에 나가길 바란다. 자신을 설득하지 못하면 아무도 설득할 수 없다. 과정에서는 자신에게 엄격하되, 그 결과물 앞에서는 누구보다 큰 팬이 되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엄격함과 다정함으로 잘 훈련되었을 때 단단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OTT 및 방송업계 진출을 목표로 하는 우리 학생들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화면 너머로 가닿게 될 날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