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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국문학과 장현묵 교수가 들려주는 밈으로 말하는 시대의 우리말
- 215호
- 2026.09.15
- 184
국어국문학과 장현묵 교수가 들려주는
밈으로 말하는 시대의 우리말
▲국어국문학과 장현묵 교수
밈과 신조어 역시 이러한 언어의 불완전함을 메우고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소통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언어의 가치와 힘은 끊임없이 새로운 표현을 만들고 서로 소통하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밈과 신조어는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일상에 스며들었다. 이러한 표현이 오늘날의 소통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먼저 밈과 신조어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신조어는 새로운 단어나 의미가 만들어지는 언어 현상이며, 밈은 특정한 말이나 이미지, 영상 등이 사람들 사이에서 반복·변형되며 퍼지는 문화 현상이다. 두 현상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더욱 빠르게 확산된다. 신조어가 활발하게 만들어지는 것은 새로운 시대와 현상을 표현할 말이 계속해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밈이 빠르게 퍼지는 데에는 디지털 환경의 영향이 크다. SNS와 숏폼 콘텐츠에서는 긴 설명보다 짧고 직관적인 표현이 쉽게 공유되고 공감을 얻는다. 즉, 신조어가 새로운 시대와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다면, 밈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밈과 신조어는 기존의 언어 사용 방식과 비교해 어떤 특징을 가지는가?
본질적으로는 기존의 언어 사용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언어는 원래 짧은 표현 안에 복잡한 상황과 의미를 압축해 담는다. 관용구나 속담이 대표적인 예이다. 과거에도 유행어나 신조어는 꾸준히 만들어졌고, 시간이 지나며 일부는 사라지고 일부는 일상어로 자리 잡았다. 다만 오늘날에는 디지털 환경의 영향으로 새로운 표현이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과거에는 방송이나 광고 등 대중매체가 유행어의 형성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누구나 새로운 표현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초성, 줄임말, 합성어처럼 짧고 재치 있는 표현이 빠르게 만들어지고 공유되는 현상은 우리말의 표현 방식이나 한글의 특성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한국어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내는 조어의 생산성이 높은 언어이다. 기존 어휘를 결합하거나 변형해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데 유연하기 때문에, ‘웃프다’처럼 여러 단어의 의미를 합친 표현이나 다양한 줄임말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특히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음절 단위로 모아쓰는 문자이기 때문에 초성만 제시해도 원래 단어나 표현을 비교적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이러한 한국어와 한글의 특성이 초성어, 줄임말, 합성어가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공유되는 데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밈과 신조어를 통해 한 시대의 분위기나 감각을 읽을 수 있는가?
밈을 빌려 표현하자면, 밈과 신조어는 그 시대의 분위기와 감각, 이 른바 ‘온도와 습도’를 담아낸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무엇에 웃고 공감하며, 무엇에 위로받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야호’, ‘중 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오히려 좋아’와 같은 표현이 대표적 인 사례이다. 한국어교육 전공 석사과정생에게 학부 시절 조별 과 제를 할 때, 조원들이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메신저로 의견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처럼 오늘 날 청년 세대는 대면보다 비대면 소통을, 전화보다 메신저를 더 편 안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대면 소통의 부담과 감정적 피로감을 줄이고 효율적이고 직관적인 소통을 선호하는 문화가 밈과 신조 어의 활발한 사용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말이 빠르게 생겨나고 사라지는 현상은 언어가 사 회와 문화의 변화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 다. 이러한 흐름을 우리말이 변화하는 과정의 일부로 볼 수 있는가?
언어는 사회와 문화의 변화에 따라 함께 변한다. 새로운 단어가 생 겨날 뿐만 아니라 기존 문법의 쓰임도 달라질 수 있다. 한국어교 육 전공 수업에서 조사 ‘에’와 ‘에게’를 다루며 ‘ChatGPT에 물어 본다’와 ‘ChatGPT에게 물어본다’ 중 어느 쪽이 더 자연스러운지 이야기한 적이 있다. 국어 문법에서 ‘에게’는 주로 사람이나 동물 과 같은 유정 명사에 쓰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은 ‘ChatGPT 에게’라는 표현을 어색하게 느끼지 않았고, 실제 언론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사람들이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대화를 주고받는 상대로 인식하면서 ‘유정성’의 범주가 확장된 사례이다. 언어가 사회의 변화를 얼마나 민감하게 반영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많은 신조어가 일시적으로 사용되다가 사라지지만, 일부 표현은 일상어로 자리 잡기도 한다. 새로운 표현이 사람 들 사이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오래 남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새로운 표현이 오래 남으려면 사람들이 이미 경험하고 있었지만 적절한 이름이 없었던 현상이나 감정을 정확하게 담아내야 한다. 새롭고 재미있다 는 이유만으로 유행한 말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지만, 사회적으로 반복되는 경험을 포착한 표현은 오래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예가 ‘갑 질’이다. 처음에는 신조어로 등장했지만 사회적 공감을 얻으며 일상어로 자리 잡았 고, 2024년에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됐다.
밈과 신조어처럼 새로운 표현이 활발하게 쓰이는 시대에도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우리말의 가치는 무엇인가?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에는 우리가 모두 각자의 ‘황동 탑’ 속에 갇힌 채 불완전한 기호로 소통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언어가 지닌 불완전성을 잘 보여주는 대 목이라고 생각한다. 밈과 신조어 역시 이러한 언어의 불완전함을 메우고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소통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굳이 우리말만의 가치를 논하기보다 는,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언어의 가치와 힘은 끊임없이 새로운 표현을 만들고 서 로 소통하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